BTS의 미발표곡 ‘스윔’이 미국에서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 유명 프로듀서가 이 곡을 자신이 먼저 만들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과학수사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이 소식은 단순한 연예계 뉴스 이상으로 다가왔다. 음악 저작권 분쟁에서도 디지털 포렌식이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마크 론슨의 ‘Uptown Funk’ 표절 소송에서도 음원 파형과 MIDI 시퀀스 분석이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두 곡의 유사성이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디지털 포렌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결론이었다. 또한 2020년 에드 시런의 ‘Thinking Out Loud’ 사건에서는 기타 코드 진행과 리듬 패턴의 통계적 분석이 제출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음악 저작권 분쟁에서 과학적 증거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미국의 프로듀서가 BTS의 ‘스윔’이 자신이 과거에 작곡한 미발표곡과 유사하다며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BTS 측은 해당 곡이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음악 산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표절 시비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K팝의 글로벌 확장에 따라 국제적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연간 저작권 분쟁 건수가 2018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이는 단순히 유명 아티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반의 현안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분쟁에서 핵심은 과연 누가 먼저 창작했는가를 입증하는 증거다. 여기서 디지털 포렌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악 파일의 생성 일시, 수정 이력, 메타데이터 분석 등이 법정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특히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파일의 작업 내역, 오디오 파형의 유사도 분석, 미디 컨트롤러의 시퀀스 데이터 등은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객관적 판단의 근거가 된다. 예를 들어, Ableton Live나 Logic Pro 같은 DAW는 프로젝트 파일에 모든 편집 이력을 로그로 남기는데, 이는 창작 과정을 시간순으로 복원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또한 오디오 파형의 스펙트로그램 분석을 통해 특정 주파수 대역의 유사성을 정량화할 수 있으며, MIDI 데이터의 노트 온/오프 타이밍을 비교하면 우연히 일치할 확률을 통계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필자가 대학원에서 수강한 디지털 포렌식 수업에서도 음악 파일의 메타데이터 조작 사례를 다룬 적이 있는데, EXIF 정보와 파일 시그니처 분석만으로도 위변조 여부를 상당 부분 판별할 수 있었다.
과학수사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은 몇 가지 흥미로운 포렌식 쟁점을 제공한다. 첫째, 미발표곡의 유출 경로 추적이다. 곡이 어떻게 외부에 알려졌는지, 누가 어떤 경로로 접근했는지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밝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메일 첨부 파일, 클라우드 스토리지 접근 로그, 메신저 대화 기록 등을 분석하면 유출 시점과 경로를 특정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Despacito’ 리믹스 버전이 유출된 사건에서는 SoundCloud의 업로드 IP 주소와 계정 생성 시간을 추적해 유출자를 찾아낸 사례가 있다. 둘째, 음원 파일의 진위 감정이다. 원본 파일과 유사 주장 파일의 생성 시점, 편집 이력, 압축 코덱 등을 비교 분석하면 위변조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MP3 파일의 경우 헤더 정보에 인코더 버전과 설정이 기록되는데, 이를 통해 파일이 특정 시점 이후에 생성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다. 또한 FLAC 같은 무손실 포맷은 원본과 복사본의 해시값 비교로 완전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법적 증거로 신뢰성이 높다.
또한 국제적 분쟁인 만큼 각국의 증거 수집 절차와 법적 기준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저작권법, 증거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복잡하게 얽힌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증거규칙(FRE)은 디지털 증거의 원본성과 무결성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적법 절차를 강조한다. 특히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의 경우 관할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2018년 미국 대 마이크로소프트 사건에서 법원은 아일랜드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에 대해 미국 영장이 효력이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적 분쟁에서는 현지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이며, 판사출신변호사와 같은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또한 증거 수집 시 각국의 데이터 보호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데, GDPR이 적용되는 유럽의 경우 사용자 동의 없이 수집된 데이터는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주는 함의는 단순히 BTS의 명성이나 음악 산업의 문제를 넘어선다. 디지털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와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특히 생성형 AI로 인해 창작물의 원천이 모호해지는 시대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포렌식 기술의 발전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최근 AI가 생성한 음악과 인간이 만든 음악을 구분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데, 예를 들어 뉴욕대 연구팀은 CNN 기반 모델로 AI 음악과 인간 음악의 스펙트로그램 차이를 90% 이상의 정확도로 분류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기술은 앞으로 저작권 분쟁에서 AI의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창작 시점 증명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어, 미리 타임스탬프를 등록해두면 분쟁 시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음악 저작권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증거 분석 기술이 발전할수록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번 소송의 결과가 향후 유사 사건의 중요한 선례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만약 법원이 디지털 포렌식 증거를 적극 채택한다면, 향후 모든 음악 창작자들은 작업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이 필수적인 관행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법적 리스크 회피를 넘어 창작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